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올해도 대량 발생해 시민들의 불편과 민원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6월 한 달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3,200건이 넘었으며, 이는 전달 대비 7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의 러브버그 민원은 9,296건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는 인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짝짓기 중인 암수의 독특한 모습, 집단 비행, 그리고 사람이나 차량에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시민들은 혐오감과 일상생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는 친환경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대량 발생에 대한 근본적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러브버그는 언제부터 수도권에서 발견되기 시작했을까?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부,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 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던 곤충입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뒤, 2022년 서울 은평구 등지에서 대량 발생하며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당시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구 등 3개 자치구에 집중됐던 민원은 2023년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올해는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서 대량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민원 및 방역 요청 건수는 최근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22년 서울시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4,418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9,296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올해 6월 한 달 동안만 3,2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되었고, 이는 전달 대비 70배에 달하는 폭증입니다. 인천 등 수도권 외곽에서도 하루에 10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오는 등, 생활권 전반에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러브버그의 국내 유입 경로에 대해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 확대와 더불어, 국제 무역 및 물류, 해상 컨테이너, 항공 운송 등 교역 과정에서 수도권 항만이나 공항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쪽에서 서서히 올라온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익충이긴 하지만 불쾌한 생김새, 국내 천적은 없을까?
러브버그라는 이름은 짝짓기 시기에 암수 한 쌍이 복부 끝을 붙인 채 비행하는 모습에서 유래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성충은 6~6.5mm 크기에 가슴등판이 붉은색을 띱니다. 성충의 수명은 수컷 3~5일, 암컷 7일 내외로 매우 짧으며, 주로 6월 중순~7월 초에 1년에 한 번 대량 발생합니다. 애벌레는 부엽토에서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은 꽃가루를 옮기는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익충’입니다.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독성을 분비하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도 않아 직접적인 인체 유해성은 없습니다. 다만, 대량 발생 시 차량에 붙어 시야를 가리거나 사체가 차량 표면을 부식시키는 등 생활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죽은 러브버그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 청소에 불편함을 주기도 합니다.
국내 천적은 아직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참새, 비둘기 등 조류와 거미류가 러브버그를 먹이로 삼으면서 개체 수가 점차 조절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화와 무분별한 화학 방제로 천적이 감소하면서, 러브버그의 자연적 개체수 조절이 어려워진 점도 대량 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러브버그의 국내 유입 및 대량 발생 배경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여름철 고온다습 환경, 인공 조명 등 도시 환경의 변화, 그리고 국제 교역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각 지자체는 러브버그 대량 발생에 대응해 친환경 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살충제 대신 광원 포집기, 살수기, 끈끈이 트랩 등 친환경적 방제 장비를 설치하고,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방충망 점검 등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는 광원을 이용한 포집기가, 한강 영동대교 인근에는 부유식 트랩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포구 등은 살수 방식 방역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정이나 야외에서 실천할 수 있는 대응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러브버그는 불빛에 잘 유인되므로, 야간에는 조명 밝기를 줄이고 불필요한 불빛을 꺼두는 것이 좋습니다.
- 방충망·출입문 점검: 실내 유입을 막기 위해 방충망과 출입문 틈새를 꼼꼼히 점검하고, 필요시 보수해야 합니다.
- 물리적 제거: 실내에 들어온 러브버그는 살충제 대신 휴지, 빗자루, 진공청소기 등 물리적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을 뿌리면 날개가 약해 쉽게 떨어집니다.
- 의류 선택: 밝은색 옷보다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러브버그가 몸에 달라붙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차량 관리: 차량에 붙은 러브버그 사체는 부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체가 쌓이기 전에 신속히 세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자체들은 화학적 방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생태계 보전을 위한 친환경적 방제와 시민 생활불편 최소화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량 발생이 일시적 현상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천적 증가 등 자연적 개체수 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