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약 한 달 앞서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의 실적은 업계 전반의 수요·공급, 가격 흐름, 기술 트렌드 등을 가장 먼저 반영하며, 이후 발표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근 AI 열풍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급성장 국면에서 마이크론의 실적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체감 온도를 가늠하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번 2025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역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마이크론이 어떤 성적표와 전망을 내놓았는지, 그리고 이 결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계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아래에서 상세히 분석합니다.

마이크론 3분기 실적 상세 분석: HBM이 견인한 ‘어닝 서프라이즈’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93억 달러(약 12조6600억 원), 주당순이익 1.91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매출 88억7000만 달러, 주당순이익 1.60달러)를 크게 상회한 수치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은 15%,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급증했고, 총 마진도 39%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 개선됐습니다.
실적 호조의 가장 큰 동력은 HBM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급증이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이번 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무려 50% 가까이 늘었으며, DRAM 전체 매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분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모바일과 소비자용 제품군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고, 스토리지(SSD) 부문도 고용량 D램과 저전력 서버 D램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 15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마이크론은 4분기(6~8월) 가이던스로 매출 107억 달러를 제시해, 시장 전망치(98억80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강한 성장’을 예고했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AI 중심의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리더십과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HBM4 등 차세대 제품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뛰어넘은 배경에는 AI 서버 수요, 관세 이슈로 인한 선수요, 구형 DDR4 생산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 고객사 재고 정상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전망: ‘공동 호황’ 기대감
마이크론의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도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약 76조80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8000억 원 수준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하지만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20조3000억 원, 영업이익 8조8000억 원에 달해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처럼 두 회사의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배경에는 HBM과 DDR4 등 고부가 메모리 가격의 급등,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 관세 유예 종료 전 선구매 현상 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약 52.5%)를 기록하고 있어, HBM 특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 역시 HBM과 DDR4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실적이 좋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동반 호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입니다. 이는 세 기업이 시장을 나눠먹는 경쟁 관계이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전체적으로 좋아질 때 동반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DDR4와 DDR5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0% 이상 급등하고, HBM 생산능력 확대와 판매량 증가가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세 업체 모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HBM 출하 부진, 파운드리 적자, 환율 하락 등 일부 부정적 요인도 있어, SK하이닉스에 비해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업황의 ‘봄’을 알린 마이크론의 실적은 국내 메모리 양대 기업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