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 특히 한국 반도체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최근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 제안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까지, 복잡하지만 핵심적인 내용들을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릴게요. 보스턴 컨실팅 그룹 반도체 파트너인 김창욱 애널리스트님의 뷰를 바탕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1. 격화되는 반도체 기술 경쟁, 삼성의 현주소
메모리 기술 격차, 중국의 거센 추격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기술 경쟁력입니다. 메모리 분야를 예로 들면, 중국의 CXMT와 비교했을 때 DRAM(디램)은 우리가 아직 3세대, 즉 약 4.5년 정도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가장 최신 제품인 1c 나노 디램의 경우, 원래 가장 빨랐던 삼성이 오히려 전체 재설계를 시도하며 출시가 늦춰질 가능성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NAND(낸드) 플래시에서는 단수를 높이는 경쟁이 치열한데, 중국의 YMTC가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에서 오히려 앞서나가면서 삼성이 일부 기술 라이선싱을 받으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요즘 가장 주목받는 고부가 가치 제품인 HBM에서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으며, 고객들은 삼성과 마이크론이 빨리 HBM 양산에 성공하여 공급처를 다변화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삼성이 HBM 양산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며, 디램 자체의 성능이 좋아야 HBM도 좋아지기에, 삼성과 하이닉스 제품의 신뢰성과 내구성은 여전히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파운드리 시장의 삼성, 거대한 벽에 부딪히다
메모리 외에 비메모리 분야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이곳은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파운드리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설계에 맞춰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서비스업’과 같습니다. 현재 TSMC는 선단 공정(최첨단 기술)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등 다양한 고객사들의 수많은 설계를 이해하고 경험을 축적하여 고객들에게 직접 생산 노하우를 역으로 알려줄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현재 삼성 시스템LSI 외에 고객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며, 과거에 퀄컴이나 애플 같은 주요 고객사들도 대부분 TSMC로 이탈했습니다. 삼성은 3나노 같은 최신 공정 기술 개발은 마쳤지만, TSMC에 비해 수율(불량률을 제외한 정상 제품 생산 비율)이 낮아서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주요 고객사들이 삼성을 후순위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어 삼중고에 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은 파운드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사들이 TSMC의 독점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SMC가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 이들은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현재도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많은 회사들이 삼성 파운드리의 최신 3나노 공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4나노나 5나노 공정의 칩들은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스마트폰 사업과의 연관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의 차별화는 결국 반도체 칩에서 오는데, 만약 삼성이 외부 칩에만 의존하게 되면 화웨이, 오포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차별점을 두기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자체적으로 칩을 디자인하고 생산을 TSMC에 맡기는 것은 결국 경쟁사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삼성 입장에서는 파운드리를 포기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2. 미국의 반도체 전략과 인텔의 미래
미국 정부의 인텔 살리기 대작전
미국의 입장에서 인텔은 매우 중요한 회사이지만, 인텔은 10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7나노 공정에 도달하는 데만 5년이 걸렸고, 5나노 공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좋은 선생님'을 붙여주려 했고, 그 대안으로는 TSMC와 삼성이 거론되었습니다. 인텔의 실적이 급락하고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심지어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하자, 미국 정부는 사업부 분리나 지분 매각을 유일한 구제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인텔 전체를 매각하기보다는 피를 섞어 TSMC가 인텔의 공정 안정화를 돕고, 이후 인텔이 경쟁력을 회복하면 다시 미국 기업이 주도권을 갖도록 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TSMC의 인텔 인수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냐
트럼프 행정부 시절 TSMC가 인텔을 인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나리오라고 합니다. 미국이 최첨단 제조 기술력을 대만 업체에 넘겨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 정부는 자국의 중요 회사인 인텔이 경쟁력을 갖추고 선단 공정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인텔이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면, 엔비디아, 애플, AMD 등 모든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사들은 자국의 인텔 칩을 사용하고 싶어 할 인센티브가 매우 커질 것입니다.
인텔의 부활이 삼성 파운드리에 미칠 영향
만약 인텔이 다시 역량을 갖추고 첨단 공정에서 성공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면, 이는 TSMC에게도 위협적이지만,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훨씬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합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매년 빠르게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는 반도체 업계에서, 바로 앞에 있고 영어로 소통이 원활하며 시차나 언어 장벽이 없는 인텔이 훨씬 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텔의 부활은 삼성 파운드리에게는 더 치열한 경쟁 환경을 의미하게 될 것입니다.
3.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상
오픈AI가 삼성에 손 내민 진짜 이유
최근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삼성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다는 소식은 큰 화제였습니다. 오픈AI가 삼성의 손이 필요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AI 알고리즘을 구현하려면 AI 데이터센터라는 하드웨어가 필요한데, 이 데이터센터는 CPU, GPU, DRAM(디램), NAND(낸드)라는 ‘사각 편대’가 필수적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현재 오픈AI가 가장 불편해하는 점은 AI 학습 및 추론 칩을 모두 엔비디아의 GPU(H100 같은)를 사서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H100 GPU 칩은 HBM 6개를 붙여 패키징하여 파는 가격이 우리 돈으로 약 6천만 원에 달하며, 영업이익률이 70%에 육박합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너무나 높은 가격 부담과 엔비디아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구글이 TPU를, 테슬라가 FSD 칩을 자체적으로 만든 선례처럼, 오픈AI도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맞춤형 칩(ASSP)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스타게이트’의 핵심인 이유
오픈AI가 자체 칩을 만들려면 파운드리 기술이 필수적이고, 이때 TSMC와 함께 삼성이 대안으로 검토됩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사각 편대 중 가장 중요한 DRAM과 NAND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CPU는 인텔과 AMD가, GPU 설계는 엔비디아가, 그리고 이 모든 생산은 대만이 과점하고 있지만, DRAM과 NAND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한국 업체들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스타게이트,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칩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선 의미를 가집니다. 현재 한국은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기술력이 높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발열을 줄이고 냉각 효율을 높여 전력 대비 성능비와 투자비를 최적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타게이트 참여를 통해 우리는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기술까지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력을 습득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4. 반도체 패권 경쟁의 새로운 국면: 국가의 역할
‘편먹기’ 경쟁과 각국의 지원 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분쟁 이후 반도체 산업은 두 가지 큰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첫째는 전 세계가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되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편먹기’ 경쟁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엔드투엔드(End-to-End) 자금력을 갖추려 하고, 홀로 하기 힘드니 멕시코나 캐나다 같은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파트너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이러한 편먹기 경쟁에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둘째는 정부의 개입 모델이 확고해졌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CHIPS Act는 한화 60조 원에서 100조 원까지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간 협력을 도모하고 마이크론, TSMC 같은 외국 기업을 유치하여 팹을 짓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IC 펀드'를 만들고 '반도체 굴기'라는 이름으로 이미 한화 65조 원 정도의 막대한 자금을 국가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 정부의 부재
이러한 글로벌 추세 속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가 국가적인 지원이나 유치 활동, 보조금 지원 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은 정부의 지원 정책 면에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밀리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한국 반도체 전체의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구매하기 어려워지자, 자체 학습용 및 추론용 반도체를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투자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부족한 인재 문제, 글로벌화를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인재 경쟁력 저하입니다. 국내에서 공부를 잘했던 인재들이 의사가 되거나 미국으로 가서 미국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가 늘면서, 반도체 회사로 오는 인재들의 퀄리티가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은 이제 한국 엔지니어들만으로는 개발할 수 없으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의 개발 인력들과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해외의 수많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일본도 외국인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한국어권 안에서만 움직이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부족한 인재를 보충하고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고 언어의 유연성을 키우는 국가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다룬 내용이 복잡하지만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기술 경쟁력 확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라는 세 가지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매우 중요해 보였습니다. 다음에도 더 유익하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