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0년 넘은 보호무역 규제인 ‘존스법(Jones Act)’이 폐지될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존스법은 1920년 제정되어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모든 화물 운송에 대해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미국 선적 ▲미국 시민이 소유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가 승무원인 선박만 허용하는 강력한 보호주의 법안입니다.
이 법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해운·조선업과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도입됐으나, 시간이 흐르며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선박 가격과 운송비를 높여 미국 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최근 미국 상·하원에서 존스법 폐지 법안이 각각 발의된 배경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미국 내 해운·조선업의 혁신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존스법이 해운·조선산업의 쇠퇴를 초래했다는 반성이 커지며, 폐지론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1.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조선사의 기대감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재건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한국 등 동맹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협력 의지를 수차례 밝혔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미국 내 군함·상선 건조 및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진출을 가속화했고,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직접 투자를 검토하는 등 미국 내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미국의 조선업 부흥 정책,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미-중 무역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발 수주 확대와 시장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습니다.
2. 존스법 폐지 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기업별 영향
존스법이 폐지된다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수혜를 입거나, 일부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존스법이 유지될 경우, 한화오션은 미국 내 선박 수주에서 현지 생산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존스법이 폐지되면 한국 본토에서 건조한 선박도 미국 내 연안 운송에 투입될 수 있어, 한화오션의 현지 생산 이점은 다소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오션은 LNG 운반선,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 해운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한국산 선박을 대거 도입할 경우 수주 확대의 최대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현지 생산과 한국 본토 생산을 병행할 수 있어 시장 대응력이 뛰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HD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현지 사업장이 없지만, 존스법 폐지로 한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미국 시장에 직접 수출할 수 있게 된다면, 글로벌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건조 능력과 첨단 친환경 선박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내 해운사들이 대규모 선박 교체 수요를 맞이할 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동맹국의 현지 투자와 협력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HD현대중공업 역시 미국 내 조선소 인수 또는 합작 등 현지화 전략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존스법 폐지는 한화오션에는 현지 생산 이점 약화라는 단기적 부담이 있지만, 글로벌 수주 확대라는 구조적 기회가 더 크고, HD현대중공업에는 미국 시장 진출의 ‘빗장’이 풀리며 장기적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상반기 한국 조선주 주가 동향과 존스법 폐지 법안 이후 전망
2025년 상반기 한국 조선주는 업황 호조와 미국발 수주 기대감,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습니다. 한화오션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조선업 협력 발언,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등 호재가 겹치며 8만 원대에서 9만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실적 개선과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에 힘입어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존스법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관·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한화오션 등은 단기 변동성 확대 속에서도 추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습니다.
존스법 폐지 법안이 실제로 통과된다면, 한국 조선주는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미국 수주 확대와 글로벌 점유율 상승이 기대되어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해운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한국산 선박 도입을 본격화하면,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의 수주잔고와 실적이 동반 개선될 전망입니다.
다만, 법안 통과까지는 정치적 변수와 미국 내 보호주의 반발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단기적으로는 기대감과 실망감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조선업은 친환경·방산·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중심 구조 전환과 함께, 존스법 폐지라는 역사적 변곡점에서 새로운 도약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유의하되, 글로벌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에 기반한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