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무거운 주제지만, 우리 주식 시장의 투명성과 여러분의 소중한 투자 자산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주가 조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왜 우리나라에서는 주가 조작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은 그렇지 않은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언더스탠딩 김상훈 기자의 뷰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국내 주가 조작 처벌의 현실과 한계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는 주가 조작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구조적으로 금융당국의 행정 처분 수단이 거의 없고, 뒤에 이어지는 형사 처벌 역시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고 말씀하셨고, 금융당국에서도 최근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 실천 방안'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방시혁 의장(하이브)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6일, 증권선물위원회는 방 의장과 경영진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습니다.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이 지연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그들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한 뒤 자신들이 설립한 사모펀드를 통해 이를 사들이고, 이후 상장 후 매각 차익의 30%를 받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기적 부정 거래'로 얻은 부당 이득은 1,900억 원(방 의장 개인은 4,00억 원 또는 1,200억 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금액을 실제로 환수하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핵심 문제는 이 '부당이득'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산정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주가 조작 범죄의 구성 요건 중 하나가 바로 '부당이득'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부당이득'은 만 원에 사서 2만 원에 팔았다면 만 원의 이익이라고 보지만, 법에서는 여기서 주가 조작과 상관없이 '외생 변수(예: 가만히 놔뒀어도 올랐을 가격)'로 발생한 주가 변동분은 빼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외생 변수를 정확히 발라내서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법원은 부당이득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거나 벌금 상한선인 5억 원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조항은 2003년 IT 버블 시기에 만들어진 법에 횡령이나 사기죄처럼 부당이득 산정이 쉬운 범죄 조항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인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미국의 강력한 시스템: 위법 행위 중심의 접근
미국은 주가 조작을 저지르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법률적으로 범죄 구성 요건을 '부당이득'이 아닌 '위법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즉, 나쁜 짓을 했다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로 인해 개인에게 최고 20년의 징역형과 500만 달러의 벌금, 법인에게는 2,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처벌 조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훨씬 센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부당이득' 산정의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처벌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SEC는 조사 과정에서 자산 동결, 직무 정지와 같은 비금전적 제재를 즉시 취할 수 있습니다. 연방 법원의 명령을 받거나, SEC 내 행정법 판사를 통해 법원 승인 없이도 유지 명령(임시 조치), 금지 명령(영구 직무 정지) 등을 내릴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금전적 제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부당이득금 추징(Disgorgement)'은 우리나라처럼 복잡한 외생 변수 계산 없이 '거래 차익에서 거래 비용을 뺀 순이익'을 그대로 환수합니다. 이는 원상 복구의 개념입니다. 여기에 더해 '민사 제재금(Civil Penalties)'이라는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이는 부당이득의 크기와 상관없이 행위의 악질적인 정도, 반복 여부, 광범위한 피해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부과됩니다. 이러한 제재들은 SEC가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부과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최근에야 제한적인 행정 처분 수단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 계좌를 '지급 정지' 할 수 있는 권한은 불과 3달 전에야 시작되었습니다. 또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후에야 가능해지는 등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과거부터 금융당국은 행정 처분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검찰과 법무부에서는 수사 권한이 없는 행정 기관이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습니다. 이는 '형사 처벌'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행정기관이 판단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논리였지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위상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 주식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 체계로는 주가 조작을 제대로 막거나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SEC처럼 금융당국이 조사부터 제재, 환수까지 신속하고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행정 처분 권한을 가져야 합니다. 주가 조작은 실시간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 범죄이므로, 형사 처벌처럼 2년씩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금융당국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하면 즉시 계좌를 동결하고, 부당 이득을 환수하며, 악질적인 행위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행정 기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예: 억울한 피해자 발생)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현재의 법률 체계는 마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면밀하게 들여다볼 권한이 없으니 조사도 어렵고, 결국 '부당이득'을 명확히 산정하기도 어려워 과징금 부과도 쉽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주식 시장이 '장난치고 한탕 해 먹고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미국도 처음부터 SEC에 지금과 같은 막강한 권한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1934년 증권거래법 제정 이후 50~80여 년간 꾸준히 법을 개정하여 행정 처분 권한을 강화하고 금전적 제재를 늘려왔습니다.
우리나라는 형벌만 세졌을 뿐, 근본적인 법률 체계는 20년 넘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주가 조작을 막기 위해서는 '부당이득' 산정 방식 개편과 함께 금융당국에 강력한 행정 처분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이 필수적입니다. 코스피 5천 시대를 말하려면 이러한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조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지만, 왜 바뀌지 않는지 의아해한다고 합니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과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합니다.
이번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식 시장의 숨겨진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유익한 정보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