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재집권한 이후 미국은 글로벌 교역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강경한 관세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고 현안으로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꼽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하여, 어제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물가가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아주 신선해서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것인지 분석해봤습니다.
1. 트럼프 2기 관세정책과 각국 협상 현황
트럼프 정부는 2025년 4월부터 전 세계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10~25%의 보편 및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주요 산업 품목에 대해서는 25%의 높은 관세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대 145%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가 적용되었고,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에도 20~25% 수준의 상호관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회원국 일부 품목은 한시적으로 유예되었으나, 대부분 국가와 품목에 대해 관세가 확대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관세정책에 대해 각국은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보복관세와 함께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본·EU 등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율 인하 또는 유예를 얻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양보한다면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관세 부과를 지렛대로 삼아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교역 위축, 각국의 맞대응 관세 등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2. 트럼프 관세정책이 우리나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보고서 분석
2025년 6월 18일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우리나라 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습니다. 그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미국이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원자재와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국내 생산비용 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중국 기업들은 저가 공산품을 미국 대신 한국 등 제3국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게 됩니다. 실제로 트럼프 1기 시절에도 미국으로 향하던 중국산 수출이 한국, 인도, EU 등으로 전환되며 해당국의 수입 단가가 하락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중국산 수입 단가가 10% 하락할 경우, 1년 내 국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즉, 중국발 저가 수입품 유입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에 하방 압력이 작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 미국의 관세에 대해 맞대응 관세를 적극적으로 부과하지 않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확대되기보다는 수요 위축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환율 변동이나 공급망 차질 등 상방 요인이 발생할 경우, 물가 하락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3. 미국·캐나다·중국·일본 등 주요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보고서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트럼프 관세정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우선, 미국은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 최종재와 중간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에 상방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실제로 IT기기, 자동차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율이 급등하자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MI) 산출가격이 단기간 내 크게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관세가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가 0.3~0.7%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해외 신용평가사(S&P, 아문디) 분석도 인용됐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관세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품목의 수입가격이 오르며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경기 위축 우려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까지 낮아진 상황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물가 하방 압력이 우세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일본은행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초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내수 부진과 수출단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모두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제3국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미국은 관세로 물가가 오르고, 캐나다와 중국은 품목별로 상반된 영향이 나타나며, 일본과 한국 등은 수요 위축과 저가 수입품 유입으로 물가 하락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각국의 교역 구조와 대응 방식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품 유입으로 인해 물가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