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그룹을 뜨겁게 달궜던 소식, 바로 정몽구 명예회장님 건강 이상설이었습니다. 이 소식 하나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들이 크게 요동쳤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할지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 현대그룹주를 투자할 때 각 회사의 전망과 함께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승계작업을 꼭 같이 살펴보셔야 합니다.
* 유튜버 케빈쌤의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복잡한 지배구조,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실 정상적인 눈으로는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오너일가인 정의선 회장님과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수많은 현대차 계열사들이 복잡한 화살표로 얽혀 있는데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가진 핵심적인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정의선 회장님이 핵심 회사인 현대차 지분을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의선 회장님은 현대차 지분을 2.7%만 보유하고 있어서, 만약 정몽구 명예회장님께 갑자기 신변의 문제가 생기면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는 바로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를, 그리고 기아가 다시 현대모비스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아가 현대제철을 지배하고 현대제철이 다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순환출자를 매우 경계하고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 IMF 때 한 계열사가 어려워지면 순환출자 고리 전체가 흔들려 비효율적인 지원으로 그룹 전체가 어려워지는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이러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2018년 시도했던 개편안은 왜 실패했을까요?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지배구조 문제를 인지하고 2018년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당시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를 두 개의 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것이었습니다. 핵심 부품 사업부는 기존 모비스에 남기고, 모듈 사업부와 AS 사업부는 새로운 회사인 '신설 모비스'로 분리할 계획이었습니다. 이렇게 분리된 신설 모비스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 후, 정의선 회장님이 이 통합법인(글로비스+신설 모비스)에 대한 지분을 기아에 주고, 그 대가로 기아가 가지고 있던 기존 현대모비스 지분을 받아오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하려 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님이 핵심 부품 사업부를 가진 기존 모비스를 직접 지배하고, 모비스가 현대차와 기아를, 그리고 통합된 글로비스가 AS/모듈 사업을 맡는 피라미드식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개편안이 시장의 비판을 받았을까요? 핵심은 '오너의 이익'에 있었습니다. 정의선 회장님 입장에서는 글로비스가 신설 모비스를 합병할 때 글로비스의 가치는 높게, 신설 모비스의 가치는 낮게 평가받는 것이 유리했습니다. 신설 모비스에 자산 가치가 낮은 AS 및 모듈 사업부를 배치하여 합병 대가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AS 및 모듈 사업부의 높은 현금 창출 능력을 활용하여 통합 법인의 실적 가치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정의선 회장님이 통합법인 지분을 기아에 소량 주고서도 모비스 지분을 많이 받아와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이 시장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게 된 이유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2018년 개편안이 철회된 이후, 최근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유력하게 예상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2018년처럼 모비스를 복잡하게 분할하거나 합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축은 여전히 모비스가 되지만, 훨씬 깔끔한 방식을 택하는 것이죠.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정몽구 명예회장님과 정의선 회장님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현대차 주식을 모비스에 넘기고 그 대가로 모비스의 새로운 주식을 받아오는 방식입니다. 현대차보다 모비스의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오너일가는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모비스 주식을 확보하여 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모비스 주식을 정의선 회장님께 넘기면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는 정의선 회장님이 처리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정의선 회장님이 모비스의 최대 주주가 된 후에는, 정의선 회장님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비스나 기아 지분 등을 정몽구 명예회장님이 가지고 있던 모비스 지분 등과 '지분 스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정의선 회장님의 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을 더욱 강력하게 가져갈 수 있으며, 현대글로비스도 모비스 산하로 편입되어 지배구조가 더욱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정의선 회장님이 모비스를 지배하고, 그 아래로 현대차, 글로비스, 기아, 현대제철 등이 붙는 형태가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모비스 주가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너일가 입장에서 지분 확보에 유리하다고 보았습니다.
케빈쌤이 주목하는, 글로비스 중심의 시나리오
강의 영상에서는 시장 전문가들의 시나리오 외에, 케빈쌤이 생각하는 '가장 간편하고 유력한 시나리오'도 소개했습니다. 바로 현대글로비스를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두는 플랜입니다. 기존 시나리오들이 모비스를 최상단에 두는 것에 집착한다고 보며, 정의선 회장님이 현재 가장 많이 들고 있는 회사가 글로비스라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가 현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정몽구 명예회장님의 모비스 지분 약 7%와 기아의 모비스 지분 약 17%를 합한 약 25%의 모비스 지분을 글로비스가 직접 현금으로 매입하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2024년 6월 중순 기준 모비스 시가총액이 약 22조 원이었으니, 25% 지분 매입에는 약 5조 5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비스의 현금성 자산(현금, 금융자산, 매출채권 등)이 약 7조 3천억 원에 달하며, 단기 차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약 5조 3천억 원의 유동화 가능한 자산이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비스가 매년 1조 5천억 원에서 2조 원가량의 현금을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비스 지분 25%를 매입할 현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플랜은 정의선 회장님이 직접 복잡하게 움직일 필요 없이 계열사들이 알아서 움직여주는 형태라 가장 편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 시나리오에서도 모비스 주가는 낮게 유지되어야 유리하며, 단기적으로는 글로비스가 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해 실적을 몰아받아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