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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중국의 시장 장악 버틸 수 있을까 - 이재용 회계사(파인드어스)

by semojeong94 2025. 7. 10.

오늘은 최근 투자자분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는 2차전지, 즉 K-배터리 산업에 대해 숫자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본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막연히 '갈 거야!'라고 생각했던 K-배터리, 과연 언제쯤 빛이 올지 함께 살펴보시죠!

 

이재용 회계사
출처 : 언더스탠딩

 

K-배터리, 지금 어디쯤 왔을까요?

주가, 한숨부터 나옵니다 최근 코스피가 한 달 새 13~14% 오르는 동안, 유독 2차전지 기업들은 소외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간다', '역대급 성장' 같은 썸네일 문구들이 많았지만, 실제 주가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삼성SDI는 80만 원에서 17만 8천 원으로 거의 5분의 1토막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이나 에코프로비엠 같은 양극재 업체들도 70~80% 수준의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바이든 덕분'입니다. 주가가 이렇게 빠진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최근 4년 매출액이 33조 원에서 2024년 25조 원으로 약 24% 역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도 전년도 2조 1천억 원에서 5,7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흑자마저도 미국의 AMPC(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2024년 AMPC 금액 1조 4천억 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8천억 원가량 적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확실한 적자였을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이 뼈아픕니다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유럽 시장의 부진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 아메리카 지역에서도 매출이 빠졌지만, 특히 유럽에서 4~5조 원 규모의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21년 유럽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지만, 최근 1분기 기준 20%까지 급락한 탓이 컸습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의 LFP 배터리를 적극 채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LFP 배터리는 한국이 주력하는 NCM 배터리보다 약 30% 정도 저렴하여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산량은 넘치는데, 시장은 더디다고 하네요

전기차 시장, '캐즘'에 빠져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이라는 중간 단계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이는 혁신 기술이 얼리어답터 단계를 넘어 주류 시장으로 확산되기 전에 겪는 일시적인 정체기를 의미합니다. 얼리어답터들은 가격에 덜 민감했지만, 이제 주류 시장의 소비자들은 가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약 8,800만 대 중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는 약 1,700만 대로 19~20%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중 1,100만 대가 중국에서 팔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K-배터리 기업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에 이미 280GWh의 생산 용량을 확보했으며, 2028년까지 500GWh를 목표로 투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는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연간 40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고려하면 500~600만 대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가 600만 대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시장 전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 공격적인 투자 결과입니다.

과잉 생산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를 늘려 생산 능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산량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설치 용량은 줄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감소했습니다. 이는 메탈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배터리 단가가 24%가량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확보된 생산 능력에 비해 실제 판매량이 적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의 공장 가동률은 2022년 73%에서 2024년 57%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마치 허니버터칩이 잘 팔릴 때 공장을 증설했다가 판매가 줄어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버티기가 관건!

LG에너지솔루션은 비교적 탄탄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K-배터리 기업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차입금 규모가 9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이는 공장 건설에 매년 10조 원 이상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차입금에서 현금을 뺀 순차입금은 약 12조 원 수준이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꾸준히 늘려 부채비율은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매출액이 20~30조 원 규모의 회사임을 감안할 때, 10조 원 내외의 순차입금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삼성SDI는 리스크 관리를 잘 해왔습니다. 삼성SDI도 매출 감소는 비슷했지만, 아직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AMPC 보조금이 800억 원으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2025년 1분기에는 4천억 원가량의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리스크 관리에 신중하고 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조 6,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기에, 당장 2~3년 안에 망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았습니다.

SK온은 상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SK온은 매출액이 7조 원에서 14조 원으로 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 원, -5,800억 원, -1조 원으로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이 98%에 달해 재료비와 인건비, 전기세 등을 제외하면 본사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재료비 비중이 82%에 달해 원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공장을 늘렸지만, 후발주자로서 물량 확보를 위해 저가 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순차입금도 19조 원으로 가장 많고, 매출채권이 5조 원으로 급증하여 외상 판매 비중이 크고 돈을 늦게 받고 있어 위험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어두운 터널 끝에 서광이 비칠까요?

LMR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합니다.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K-배터리 산업에는 몇 가지 희망적인 서광이 보입니다. 첫 번째는 LMR(리튬-망간 리치) 배터리 기술입니다. 기존 3원계 배터리가 비싼 이유는 코발트 때문인데, LMR은 코발트 대신 저렴한 망간 비중을 50~60%까지 늘려 가격을 15~30%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LFP 배터리와 비슷한 가격으로 6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게 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용화 목표는 2027~2028년으로, 2년 정도 후면 가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건식 공정으로 생산 효율을 높입니다. 두 번째 희망은 '건식 공정' 기술입니다. 기존 배터리 제조 공정은 액체 슬러리를 사용해 코팅 후 건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건식 공정은 파우더 가루를 직접 발라 건조 과정을 생략합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이고(10조 원 → 7조 원) 생산 속도를 두 배로 높일 수 있습니다. LMR 기술과 건식 공정이 조합되면 재료비와 설비 투자 비용을 동시에 절감하여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중국이 이 기술을 쉽게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궁극의 목표, 전고체 배터리가 있습니다. 마지막 희망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입니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여 화재 위험이 없고, 1,0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상용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K-배터리 기업들이 LMR과 건식 공정으로 먼저 시장을 선도하고, 이후 전고체 배터리로 격차를 벌려나가기를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K-배터리, LCD의 전철을 밟을까?

구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K-배터리 산업이 과거 반도체처럼 폭발적인 이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배터리 제조는 원재료비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매출액의 50~60%가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메탈 재료비로 사용되며, 인건비, 감가상각비, 전기세 등 기타 비용까지 더하면 마진이 많이 남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배터리 기업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밴더'이기 때문에 가격 결정력이 약하고, 메탈 시세에 따라 단가 협상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낙관적 시나리오에도 기대 수익률은 높지 않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았습니다. 2030년에 전기차 침투율이 40%로 늘어나고, LG엔솔의 시장 점유율이 20%로 상승하며, ESS 등 전기차 외 사업 비중이 절반까지 늘어난다면, 매출액이 현재 25조 원에서 77조 원까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7조 7천억 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시가총액 대비 영업이익 배수(PER)는 현재 122배에서 20배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경우 시가총액은 약 155조 원으로, 현재의 두 배 정도 수준입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도 5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11%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큰 2차전지 산업 투자치고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LCD 산업과의 유사점이 우려됩니다. 2차전지 산업은 중국의 LCD 산업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으로 생산량이 과잉 공급되고, 이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며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또한, LCD와 2차전지 모두 교체 주기가 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니터나 TV처럼 전기차도 10년 이상 사용하고, 주행 거리가 400km만 되어도 일상생활에 충분하여 소비자들이 굳이 더 비싼 고성능 배터리 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결국 가격이 싸지는 것 외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결론: K-배터리 산업, 응원이 필요합니다

기술 개발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려야 합니다. 현재 K-배터리 산업은 과잉 생산 능력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등하기 위해서는 아까 말씀드린 LMR, 건식 공정,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같은 신기술 개발을 통해 중국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을 넘어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성장은 확실합니다. 물론 현재는 힘들지만, 2차전지 시장 자체는 장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로 화석 연료 발전 시대는 끝나고 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날 것이며, 모든 에너지원이 전기로 전환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로봇이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도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2차전지 시장의 성장은 확실하다고 보았습니다.

믿음과 응원으로 버텨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K-배터리 기업들은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떡상'을 기대하기보다는, 한국의 중요한 기간 산업으로서 응원하고 지켜봐야 할 회사들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시장이 활짝 열리면, 지금처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K-배터리 산업이 제2의 반도체처럼 우리나라의 중요한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우리 모두 응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