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K-조선의 사이클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 조선주 주가, 전망

by semojeong94 2025. 7. 22.

오늘은 '조선의 국모'로 불리는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의 뷰를 바탕으로 평소에 궁금했던 조선 산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과연 조선업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최근의 호황은 어떻게 봐야 할지, 그리고 우리나라 조선업의 경쟁력은 어떤지 등 전문가의 깊이 있는 설명을 통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엄경아 연구원
출처 : 언더스탠딩

 

조선 산업, 왜 한국, 중국, 일본만 잘할까요?

배는 기본적으로 철로 만들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철강 산업이 튼튼하게 깔려 있어야 조선업을 크게 육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자체적으로 제철 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에서 철을 수입할 때 발생하는 재료비 변동성이나 운송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내 나라 안에 제철소가 있으면 필요한 철판을 제때 공급받고 가격 예측도 수월하여 선주와의 계약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배는 단순히 물에 떠다니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 세계 무역의 약 85%가 배를 통해 이루어질 만큼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배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배가 커질수록 요구되는 기술력의 수준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단순히 짐을 많이 싣는 것을 넘어,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도 배의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배를 만드는 것은 마치 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처럼 배를 만들다가 물에 가라앉는 사례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물에 뜨게 하는 것 외에도 운항 중 안정성, 효율성 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견고한 철강 산업 기반과 첨단 기술력이 결합되어야만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이끄는 새로운 사이클

조선업은 보통 전 세계 경기에 따라 움직이는 경기 민감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해운사들이 운임이 오르면서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으로 새로운 배를 발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선업 사이클은 과거와는 매우 다른 특별한 이유로 호황을 맞이했습니다. 단순히 운송량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전 세계 10만 척의 배들이 친환경 규제에 따라 교체되어야 하는 강력한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배 중 단 2%만이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을 마쳤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8년부터 구체적인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이 기준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강화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선주들은 기존의 벙커C유를 사용하는 배 대신, 탄소 배출량을 약 30% 줄여주는 LNG 추진 선박 등으로 교체 발주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주들은 연료 효율과 환경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벙커C유와 LN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엔진 선박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작년에 조선업계의 수주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은 이러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해운 시황의 호조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작년 글로벌 조선업계가 연간 만들 수 있는 배의 약 1.7년치 물량에 해당하는 7,353만 CGT를 수주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50% 감소한 것은 미국 관세 정책 우려에 따른 해운사들의 일시적인 관망세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친환경 교체 수요라는 근본적인 발주 원인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이클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중일 경쟁, 한국 조선업은 괜찮을까요?

중국 조선업계는 지난 10년간 양대 국영 조선소를 중심으로 여러 자회사들을 통합하며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는 기술 표준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준화 방식은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배를 제작해야 하는 조선업의 특성상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표준화를 고집하다가 시장에서 도태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한국 조선업은 '커스터마이징'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주의 까다로운 요구사항, 예를 들어 화물칸을 더 넓히거나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마치 인테리어 실장님처럼 설계 단계부터 함께 개발하고 구현해냅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수주 협상 테이블에 단 한 번도 똑같은 배를 들고 나간 적이 없다고 할 만큼, 끊임없이 기술을 진보시키고 선주의 니즈를 만족시키려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전체 선박 건조량에서는 많을 수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능력이나 실제로 운항 중인 배들의 효율성 면에서는 한국 배가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조선업은 2000년대 이후 표준화를 고집하며 경쟁력을 잃었고, 작년에는 수주 점유율이 3%까지 급락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조선업 육성 움직임은 너무 늦은 '정치적 쇼잉'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선주,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과거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조선업은 과도한 몸집 불리기와 투기성 발주가 겹치면서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주요 조선국들은 조선소 확장을 자제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투기 발주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조선업체의 고객사인 해운사들의 재무구조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탄탄해졌습니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량의 85%를 쥐고 있는 상위 10개 해운사의 수익성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이러한 안정적인 고객 기반은 조선업체 수주 잔고의 안정성으로 이어집니다. 게다가 조선업의 원재료인 철판 가격과 외주 가공비가 지난 4년간 안정화되면서, 조선업체들의 이익률은 과거 호황기보다도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부 조선업체들은 올해 1분기에 두 자릿수 이익률을 갱신하는 등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선업은 '사이클'이라는 단어에 갇혀 과거의 움직임을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이번 사이클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지속성이 훨씬 강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으로는 만약 현재 주식 자산의 50%를 조선주에 투자한다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그 비중이 70~80%까지 올라가 있을 정도로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개별 종목을 고르기 어렵다면, 최근 상장된 조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도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ETF는 주요 조선업체들을 골고루 담고 있어, 장기 투자 시에도 비교적 편안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선박 교체 수요의 핵심인 엔진 관련 업체들, 예를 들어 HD현대중공업의 엔진사업부나 한화엔진, HD현대마린엔진 등도 좋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필수 기자재 업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한화오션의 경우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이슈로 인해 수급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해야 합니다. 이번 조선업 호황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 규제 완화나 글로벌 무역량 급감과 같은 큰 변수가 없다면, 한국 조선업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